아토목세틴으로 갈아탐, 그리고 오심이 장난이 아니다
오랜만의 일기, 왜냐면 드디어 병원을 가게 되었기 때문!
갑작스러운 이사로 우왕좌왕하다, 드디어 이사를 마치고 얼레벌레 다닐 병원을 알아봤다. 이사를 4월 1일에 들어갔으니 그래도 3주 만의 병원 나름 선빵이다(라는 무한 긍정의 힘을 내본다)
병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선순위는 귀찮음을 이겨낼 위치
병원은 지리적으로 걸어서 가는데 엄청 큰 결심히 필요하지 않은 도보거리 내의 병원만을 우선순위로 결정했다.
ADHD의 경우 약과 함께 인지행동 치료가 우선되었고, 나는 나의 증상을 잘 알고 있었고, 우울과 불안감이 특별히 필요 없는 나에게는 선생님과의 상담이 큰 우선순위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담을 잘해주시던 기존의 병원도, 병원을 가는 게 거의 도전 수준이어서 병원에 잘 가지 않았(믿기지 않겠지만, 도보로 20분 버스로 10분 거리의 병원임에도)
예약을 하고도, 예약시간에 제때 방문하지 못하고, 제대로 상담을 하지 못해 약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도록 방문이 용이한 곳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그러나 결정할 만큼 병원이 많지 않더라
부산과 비교하는 건 무래한 일인가, 아무튼 (※연산동은 부산에서 제일 큰 법정동으로 제1동부터 9동까지 있다)
부산의 연산동에 거주했던 때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인근에 너무 많아 오히려 결정하기가 힘들었었다. 지금은 거주하는 동에 전신건강의학과가 단 2곳으로 어느 곳이 예약하기 쉬울까를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고, 병원의 두 곳 다 예약을 해도 한 시간 정도의 대기가 필요하다는 리뷰가 납득이 갔다. 어차피 약만 받을 예정이라, 긴 예약 대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고(약만 받으면, 대기는 짦음) 두 곳 중 도보로 더 가까운 곳을 정했다. 바로 집에서 10분 내의 병원
기존 병원에서 소견서를 제대로 떼오지도 못했고, 또 새로운 병원에서 재검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인터넷 글들로 인해, 병원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해보았다. 초진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고, 오전에 빨리 오실 수 있을 때 일찍 오시는 것이 좋다는 안내를 받았다. 안내하는 직원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와 피곤한 말투가 나의 예민함에 불을 지펴, 당장에 그 병원의 리뷰를 통해, 나의 예민함이 아닌 만사가 짜증스러운 태도를 가진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미 없는 일에 부정적인 감정을 쏟지 않겠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퇴근 시간인 오전 8시 30분에 일을 마치고(이번 주간은 야간 조이다) 9시 즈음에 병원을 방문했는데, 가득 찬 사람들로 놀랐다. 더군다나, 젊은 20,30대가 아닌, 60대로 보이는 인상착의가 인상적
부산광역시의 노인 인구 비율이, 평택시의 2배이지만 기존에 내원하던 병원에서는 노인분들을 마주친 적이 없어 신기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는 기사와 함께 평택시의 노인 우울 캠페인 및 노인 자살 예방 간담회 등을 통한 노인 인구의 정신 건강 문제도 고령화 사회가 직면하게 된 문제 중 하나라는 것을 눈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순간 고독사하게 될 나의 미래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져서 무서웠다
오전부터 미어터지는 예약으로 인해,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쉬이 그러겠다고 끄덕였다. 다만 실제로 대면한 접수처의 직원의 불친절을 목도했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신경이 과민하고 예민한 경우가 많은데, 직원의 태도가 그 예민함을 툭툭 건드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해갈할 수 없는 상처를 약으로 임시 봉합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임에도 태도가 다시 봉합된 상처를 쑤시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나를 조금 화나게 했다. 그 태도가 아주 많이 못마땅했다. 이전에 다니던 병원 접수처의 환자들도 빈번한 예약 취소, 지각, 당일 접수 등의 일상들도 동일했으나, 기분이 태도가 되는 아마추어와 같은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비교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옮긴 병원의 접수처 직원의 연배가 훨씬 많아 보인다)
사람들이 병원을 옮길 때에 신중해하는 이유를 알았다
대략, 한 시간 가량의 기다림 끝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 구체적인 어려움 등과 기존 병원에서 받았던 간단한 소견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고, 스트룹 검사와 뇌파 검사를 진행했다. 선생님이 좋고, 싫다의 호불호를 말할 만큼의 기나긴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고, 앉아서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오로지 그의 눈은 모니터에, 손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이번에 재진행한 검사에서는 이전에 adhd이면 오히려 좋아 라는 이전 생각과 다르게 정상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약만 먹으면 괜찮아질 수 있어라고 눈을 빛내던 처음과 달리, 약이 만사 해결책이 아니며,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 참 사람을 슬프고 괴롭게 한다.
아무래도, 야간부터 아침까지 12시간을 일하고, 1시간을 대기한 상태라 비몽사몽이었으나, 없는 정신력과 집중력을 끌어 다모아 스트롭 검사를 해냈다. 다행히도, 스트롭 검사의 전반적인 결과는 정상에 가깝고 기억력에 있어 수치가 조금 낮다는 소견을 들었다.
하지만 나를 슬프게 했던 것은 뇌파 검사에서 전전두엽 부근의 델타파가 상당히 높게 측정되어, 전전두엽의 기능이 실제 사람들에 비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내 눈과 귀로 다시 확인 사실 받았다는 것이다. 알고 있었음이 분명한데, 슬펐다.
결론은, 나의 노력을 떠나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단기 작업 기억력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전체 소견을 정리해주신 후, 그래도 괜찮지만 환자분은 약을 먹고 싶으시다는 거죠?라고 질문하셨고, 나는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공장에서 작업 기억력의 문제로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제자리에 두지 않는 일들, 알려준 지시 사항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기억하는 일들 (※ 전전두엽은 기억해야 할 것과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의 선택을 통해 정보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데, ADHD환자의 경우 기억해야 할 사항에 대한 우선순위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알려준 사항을 반복해서 잔실수를 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 나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시던 의사 선생님은, 그러한 일들로 좌절감이 든다는 거네요. 라고 대답하였다. 좌절감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꽂혔는데, 그랬구나 나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였구나. 그래서 약을 복용하고 싶었던 건가 스스로의 감정의 단어를 알게 되었다.
다만 그 단어가 왜 그렇게 참담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열심히도, 새롭게 살아보겠다라고 도착한 이름 모를 동네에서 한 달간의 결과가 좌절감이라니, 물론 모든 감정이 좌절감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순간 그 감정과 생각만이 나를 가득 채워, 다른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지금 작성을 하니, 자의식 과잉에 감정이 심하게 비대해졌음을 반성한다. 글을 적고 뺨 한 대 때리고 정신 차릴 예정
결론, 콘서타에서 아토목세틴으로 바꿨다.
물론 의사선생님의 권유이다. 난 선생님 말씀은 잘 들으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
아토목세틴 비자극제 약물로 ADHD 치료제이다. 아토목세틴은 노르에피네프린 뉴런 끝에 위치한 노르에피네프린 수송체에 붙어 노르에피네프린이 재흡수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한다. 결론은 전전두엽에서 노르에피네프린만 선택적으로 올려준다. 전반적인 결과가 전전두엽의 기억력 문제가 제일 크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을 신경쓰서 약을 바꿔주신 듯하다. 다만 콘서타와 다르게 단숨에 효과를 느끼긴 어렵고 3-4주 정도 꾸준한 복용이 필요하니, 이전과 같이 약을 잘 안 먹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고 일러주셨다.
그리고 귀가 후 바로 약을 복용했는데, 곧바로 오심이 장난이 아니다.
병원에 다녀온 직후, 바로 청년 월세 지원 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는데, 가는 길 내내 오심으로 인해,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걸었다. 그 이후로는 식욕부진을 겪었는데, 콘서타를 복용하면서도 식욕부진이라는 부작용을 겪었지만, 오심과 함께하니 대환장 콜라보(입덧하는 새댁과 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약간의 두근거림과 오심과 식욕부진, 1일차부터 이 모양인데, 꾸준히 약을 복용할 자신이 없어진다. 부작용에만 집중하다 보니,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