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수술 후기 (Step 3. 코 수술 당일, 가짜 코의 슈퍼 이끌림)
코수술 후기 (Step 1. 코 수술 부위와 재료의 이해)
코수술 후기 (Step 2. 손품과 발품 대장정)
코 성형을 결심하고, 수술을 하는 당일. 10년 동안 고민한 코 성형 지금에서야 하는 게 의미가 있었을까, 괜히 하는 건 아닌가 당일에도 계속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참, 특정 병원 홍보 목적이라고 할까봐 병원을 유추할 수 있는 사진은 아예 넣지 않았습니다. 나는 진정성 200%니까
코수수술파노바, 수술 당일의 리얼 후기
<수술 당일을 위한 준비 사항>
1. 단추가 있는 편한 셔츠, 달라붙는 옷은 ❌️
2. 원정 성형이기에 숙소 예약
<병원 도착, 코 수술 전>
어쨌든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출발하며, 떠나기 전 마지막 셀카를 찍어둡니다.
수술 3시간 전부터 금식을 해야해서 공복에 병원을 도착했습니다.
물론 20분을 지각함^^; 되게 빨리 준비했는데 이상한 일임
병원 도착 후, 제가 받게 될 수술 재료와 설명 그에 따른 어떤 부작용의 가능성 등과 수술 동의서를 작성한 후 처방전을 미리 받고 약국에 다녀옵니다.
1평이 안되는 자그마한 회복실을 안내받고 속옷을 제외한 옷을 모두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게 됩니다. 양치질과 가글, 화장을 한 경우 폼클렌징으로 깨끗한 세안까지 완료한 후 코털을 제거합니다.
코오오터어ㅓㄹ- 위이이잉- 이이 이잉- 을 제거 합니다.
약간, 현타가 오긴 해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코털을 깎는 내 모습이 상당히 웃김.
하지만 의사 선생님 비위 상하지 않게 성심성의껏 코털을 깎습니다.
약간 돼지껍데기 먹을 때 털 나오면 비위 상하니까... 그런 느낌으로
그 뒤에는 회복실에 잠깐 대기합니다. 회복실에는 싱글 침대 하나와 협탁, 스툴, 옷걸이가 있습니다.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추었어요. 에어컨도 상당히 잘 나옵니다. 호출할 수 있는 호출 전화 같은 것도 있었어요.
보호자 동반하여 오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중년 부부이신데, 아내 분이 수술을 하시는가 봐요.
남편 분이 동행해서 오셨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아름다움의 욕구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 라는 점을 저에게 상기시키게 했달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ㅈㄴ 이게 맞는 선택인가, 최선인가를 N번째 생각 中
멍하니 대기하다 시간을 보니 도착한 지, 한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이래서 일찍 오라고 하는 것 같아요.
수술실 간호사님이 오셔 차트 지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합니다.
저는 귀 연골을 사용하기로 하였기에 귀 연골 채취 후, 귀 모양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귀에 아이 클레이같은 걸 넣어서 귀 모양 본을 뜹니다. 말랑 말랑한데, 모양대로 굳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생제 테스트를 합니다. 항생제 넣을 때 너무 아파요ㅠ 진심.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이 나서 반대쪽 팔에 다른 항생제를 넣었지만 똑같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먹는 항생제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처방받은 항생제도 수술 전에 미리 먹고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조금만 부어올라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처해 주셔서 되게 좋더라고요. 무지한 제가 '에이 그냥 하면 안 되나요' 했는데 '안 돼요'라고 단호히 말해주셔서, 살짝 반함 포인트.
<코 수술 시작>
수술실로 이동해, 수술대에 눕습니다.
이 수술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을 여전히 수술실에 누워서도 생각합니다.
내시경을 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면 내시경 시 진정제를 투입하게 되잖아요. (예 : 미다졸람, 프로포폴)
코 수술 시에도 동일하게 진정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의 경우 소요시간이 짧아 정량을 한 번에 사용하지만, 코 수술의 경우 수술 시간이 길어 나눠서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술 중 가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미리 언질 해주셨습니다.
굉장히 말도 안 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눈 떴는데 엄청 아픈 거 아니야
코 덜렁덜렁 거리는 거 눈에 보이는 거 아니야
피 철철 나는 거 보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더욱 혼미해지고 긴장되기 시작했어요
이런 대규모(?) 수술은 어린 시절 복막염으로 고생하던 20년 전 말고는 없었던 일이라 수술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어쩌나, 부모님께 말 안해서 수술 하다가 죽어서 불효를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 등의... 망상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콧김만 힘차게 뿜고 있을 때, 저의 코버지가 의자를 끌고 등장합니다.
코 디자인을 위해 실리콘을 여러 개 올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십니다.
"자연스럽게라고 하셨죠"
"네에..ㅔ 자.... 앜.. 자.. 자연스럽게.... (갑자기 목이 ㅈㄴ 메였음)"
"선생님만 믿고 있어요..."
"네~에~"
나는 준나 심각한데, 코버지의 날아갈 듯 가벼운 대답이 너무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서 침만 꼴깍꼴깍 삼켰습니다.
디자인이 끝나면, 코에 국소마취 진행하고 수술이 시작되면 진정제를 주사해서 수면 마취를 진행하게 됩니다.
국소 마취는 치과에서도 사랑니 뺄 때 해보기도 해서, 아프겠지 라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다 보니 국소 마취 할 때 정신을 못 차리게 '어지러운 약'을 주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1부터 100을 세라고 하시는데 부끄럽지만 소리 내어 세래요.
그래서 BACK TO THE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수치스럽지만 1부터 세기 시작합니다.
1..
2..
3..
4..
..(중략)
"67.."
"68..."
"69..."
"7.....ㅊ...ㅣ칠ㄹㄹ. 쉬이 이이이ㅣ입"
"치이ㅣ이ㅣㅣㅣㅣㅣ... 이이일ㄹ릴ㄹㄹㄹㄹㄹㄹㄹ십일"
70 정도가 되었을 즈음 머리가 엄청 어지럽고 말문이 막혀서 말이 안 나와요.말문이 막힌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말이 안나와요. 약간, 판타지 애니에서 목소리 빼앗기는 능력 같은 거 있잖아요. 말하고 싶은데 막 고통스럽게 안 나오는 그런 느낌임요 (그게 뭔데 X덕아) 이때 국소 마취를 진행하는지 코 쪽에 통증이 느껴지긴 합니다. 다만 정신이 나가서 그러니까, 분산되어 통증에 집중을 할 겨를이 없어요.
이때를 인터스텔라, 블랙홀 등으로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런 경험이 정말 생소하고 처음이라 잊을 수가 없고, 그런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랄까요.
뭐지.. 뭐라고 해야 하지..
까맣게 반복되는 패턴들이 접히고 또 접히고 또 접히며
화면이 채널이 돌아가는 것처럼 여러 번 바뀜요. 암튼 그래요.
체감상 1-2분 내외인데, 말문이 막혀서 목소리는 안 나오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어 나 죽는 건가
난 뭘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지
나.. 나는 이렇게 사라는 건가
아 나 코수술 끝났구나 근데 왜 안 움직이지?
난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들을 합니다.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어느 순간
"환자분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가 어디예요"
저를 멀리서 부릅니다.
어, 수술 끝난 줄 알았는데, 나는 수술 중이었네. 여기 어디더라
"병. 변.. 변.. 언이.. 여..."
아, 방금이 국소마취이구나 그러면 이제 진정제를 투여하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이제 수술이 거의 끝났다는 거예요(충격)
그 뒤로 잠이 깬 상태에서 살짝 실밥 꿰매는 느낌? 따끔따끔하기도 하고, 중간에 코 절골한다고 머리가 엄청 흔들리기도 했어요(얼굴에 망치질하는 느낌이 그대로...) 실제로 10분 내외로 끝이 난 것 같아요(근데 이것도 제 생각이라 실제로 10분 내외로 끝났는지는 모르겠어요)
우리가 잠이 들 때, 사고도 정지가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국소 마취 시에 계속 생각을 멈추지 않았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잠이 든 적이 없는데 이미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저 혼자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수술은 대략 한 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진심 충격.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 진심 인체의 신비를 느꼈습니다.
< 코 수술 후>
수술 후, 멍하니 앉아 회복실에 기어들어가서 쉬다 어지러움이 가실 때 즈음에 눈을 떠 병원을 나섭니다. 병원에서 회복을 위한 여러 물품들이 있는 키트를 챙겨주셔요. 바지런히 챙기고 예약한 호텔로 갔습니다.
프롬에이치 레포잉호텔 부산 서면점 후기 (서면숙소/1인숙소/부산숙소)
엄청 아파서 힘들다 이런 건 아니고, 이물감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수술 후에는 사실 다른 분들에 비해 평온해서 적을 게 없어요. 코가 욱신 거리고, 치아의 윗니들이 상당히 욱신거립니다. 수술 후 코 속에 솜을 틀어막아서 숨쉬기 어렵다는 후기들도 많았는데, 제가 방문한 병원에선 솜이 없어서 숨 쉬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또 제가 출혈이 없어서 거즈를 한 번 정도밖에 바꾸지 않았습니다.
다들 죽을 먹는 이유가, 근데 아파서인 거죠? 씹으면 코가 당겨서 인 건가요?
암튼 저는 회 먹었습니다. 오늘은 가짜 코로 태어난 탄죠비다까라... 깔쌈하게 회 정도는 먹어야...
그리고 아침부터 공복이었는데, 수술이 끝나서, 해가 졌잖아요... 배.. 고프잖아요.. 뉨둘아... 죽 가지고 되겠냐고!!!
병원에서 편의점 죽도 챙겨주셨는데, 이건 후식 같은 개념으로 먹었습니다(냠냠)
그리고 처방약도 먹고 자정에 배고파서 눈 떴다가 다시 잤답니다. 너무 별 게 없네.
수술 당일부터 일주일 간의 후기를 정리해서 공유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약간 귀찮아졌지만 적어볼게요.
(적었음)
코수술 후기 (Step 4. 당일부터 일주일까지의 변화 기록)
뜬금없지만 제가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아토목세틴을 복용 중이잖아요.(ADHD입니다) 도파민 분비가 적은데, 케타민이나 프로포폴 등의 약들이 도파민을 방출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중독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저 같은 ADHD 환자들이 마약 중독에 쉽게 노출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사고만 부유하는 경험은 영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잊을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기는 하달까요. 한 번씩 생각 날 것 같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