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면접 후기 (1)
효 명
2024. 2. 7.

1. 구인 동기 및 지원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건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어린 시절부터의 잦은 이사, 떠돌이 같은 삶 탓일까 한 도시에서 10년 이상을 살았음에 큰 애착 생기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가장 쉬운 일은 사는 곳을 바꾸는 일이었고, 역마살이 낀 성기처럼 이 지역을 떠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알바몬을 찾아보았죠.

계연이와 같은 만남은 없었지만 통제되지 않는 저를 바꿀 방법이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는 삶이 지겨웠거든요.

연고자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해니,  아무래도 기숙자가 제공되는 회사만을 찾아서 공고를 넣었습니다.

10곳에 공고를 넣으면 1곳 정도의 평균으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생각보다 적은 연락에 그 뒤로부터는 전투적으로 구인 공고에 구직을 신청하기 시작했습니다.


2. 우당탕탕 면접 과정

- 부산은 바다와 가깝다. 그래서 멀다.

부산은 정말 바다와 가까운 곳이자, 그렇기에 먼 곳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공단이 있는 위치가 평택, 천안, 안산이었습니다. 부산에서 so far
9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9시에 도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덕분에, 면접을 고심하며 오래도록 보러 다닐 힘조차 생기지 않아 결과적으로 3곳만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은 총 3곳 정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작부터 


일단, 늦잠자서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 나이 먹고도 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따흐흑)


이러한 일이 민망스럽게도 두 차례나 있었는데, 한 곳은 얄짤없이 "안돼"라고 말하였고, 다른 한 곳은 다른 날로 면접 일을 바꾸자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재예매 후 출발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늦잠 자서 다시 예매했는데도 지각 예상이었어요.

9시 57분 출발 KTX 타야 하는데, 택시 예상 도착 시간이 9시 57분
그때부터 똥줄 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사님에게 애원했습니다.


기사님이 액셀을 밟아 달리는 동안, 저는 휴대폰으로 이런 것만 검색했습니다. 저 하나로 KTX가 멈출 리 없다는 사실 하나만은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었기에 (거기다가 예상대로 희망적인 결과는 하나도 얻지 못했고요)

 
그럼에도 역시나 부산, 무려 13분이나 빨리 도착 (기사님 ☆ 5개와 좋은 리뷰 남겼어요^^)


3. 생산직의 고용 구조와 과정
 

직장이라는 것이 모든 면에서 같지는 않잖아요.
예를 들면, 업계의 방식, 문화, 룰, 불문율 같은 것들 말이에요.
생산직에서는 일해본 적도, 주변에서 일하는 지인도 없었기에 면접이나 구인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보며 알게 된 것은, 제가 본 모든 구인 공고는 아웃소싱 업체에서 올린 공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회사인데, 다른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이 오기도 하더라고요.

면접을 본 세 곳은 전부 다 다른 아웃소싱 업체였는데요. 3번의 각 아웃소싱 업체의 해당 공고를 올린 담당자들과의 만남과, 면접을 통해 어떻게 굴러가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괜찮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용 체계부터 불안 불안하더라고요. 
 
※아웃소싱 업체를 통한 고용 형태

 
A, B, C의 생산직 회사 중 B, C의 회사는 우선 아웃소싱 업체에 방문을 요했습니다. 
함께 같은 공고를 보고 구인을 넣어, 면접 안내를 받은 구직자 여러 명과 함께 업체를 회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급여 체계, 기숙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회사의 소식이 아닌 아웃소싱 업체의 파견 사원과 같은 개념이구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일본의 OL사랑전선의 나나코의 파견직 삶이 이런 거구나 (오타쿠는 만화책으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C회사는 직접 회사 방문을 위한 지도만을 문자로 보내주고, 면접 당일과 면접 장소로 가는 도중의 연락을 통해 도착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연락 정도가 집착광공과 같아서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면접 지각 썰
 
그 와중에 그날 황당한 일도 있었는데요.
C회사에 소개받은 회사의 면접을 향해 또 한 번 KTX를 탔습니다. 
면접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을 했지만, 초행길인 시골쥐는 미리 출발해서 회사 근처에서 대기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움직였지요.
 

 
그 와중에 집착광공 C 회사의 담당자는 아침부터 계속된, 정말 끊임없는 전화, 저는 끊임없이 이동 동선을 보고 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네이버 길 찾기 어플과 천안의 시내버스 노선이 뭔가 다른 거예요.
우선 예정 배차 시간도 다르고, 버스 내부의 노선과 길 찾기의 노선이 다르기도 해서 환승을 하고 또 하고 헤매다 2시간이나 지체하는 일이 생겼지 뭐예요. 진심 (지금 생각해도 ㅈㄴ 말도 안 됨) 
 
 
'이렇게 내가 길치였나'

스스로를 의심하며 혼란에 빠졌습니다.

결국 면접 시간에 늦어,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요.
그때도 집착광공은 전화가 왔죠(제발, 그만해) 택시를 탔음에도 약간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시며 "하하하, 그 생각을 빨리해서, 진작에 택시를 타고 출발했으면 좋았을 텐데요"라고 하셨답니다.
ㅈㄴ, 누가 모르냐고...
다만, 누가 2시간 동안 헤맬 거라고 생각을....
 
택시를 탄 후 기사님께 의문 섞인 어투로 "천안은 원래 배차 시간 안 맞나요'"라고 여쭤보았습니다.
기사님은 "택시 운전만 해서,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뭔가 갑자기 힘 빠지게 만드는 대답이었어요.
나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자기 비하에 빠져있을 때 기사님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씀하셨어요.
 
 
 
"아, 27일에 천안 시내버스 개편이 있긴 했던데"
 
 
 

 
 
아, 화나게 하지 말라고!!!!!!!!!!,
 
부산에서 왔다고!!!!!!!!
 
ㅅㅂ, 면접일은 28일이었습니다. 
 
아오 어쩐지, 네이버 길 찾기랑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 모든 퍼즐이 짜 맞춰졌음요. 
네이버의 빠른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잘 되었을런가)
 
결론은 지각을 했고, 아웃소싱 회사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딴 식으로 알선하면서 돈을 많이 받아가면 정말(말잇못)
 
말이 많아, 글이 길어졌습니다. 면접 장소와 진행 방식에 대해 작성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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