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판타지 웹툰 추천》 무한 세계|사랑은 남았지만, 함께할 수는 없었다

2025. 4. 2. 15:48덕질의 기록/만화・책

 
▪️타인과의 감정은 어긋나지만, 그 어긋남조차 끝내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태양 작가의 『무한세계』는 판타지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선은 실로 날것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도깨비와의 계약, 소원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지만 절대 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너를 모른다』보다 더 집요하고 정교하게 짜인 감정의 그물 속으로, 독자는 조용히 끌려 들어간다.
 
 
 


💙무한 세계의 줄거리 잠깐 소개해볼게요 (약간 스포 주의)

 

열아홉살이 된 코마
너무나 예쁘게 잘 자란 열 아홉살의 오코마.

 
전염병으로 가족을 잃은 소녀 코마는, 마을의 결정으로 언니 지승과 강제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년. 코마는 단 한 번도 언니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지승은 9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신비한 의식 **‘대적제’**의 신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적제는 마을에서 귀신의 날, ‘대적’이라는 존재에게 처녀를 시집보내는 의식이었죠. 코마는 몰래 사당 앞을 서성이며 언니의 흔적을 좇지만, 어느 누구도 지승의 소식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지하의 상처를 치료해준 지하와 코마의 첫만남 장면
지하와 코마의 첫 대면

 
그러던 중 대적제를 앞두고 외부 상단이 마을에 들어오고, 그 상단에 섞여 들어온 지하라는 사내와 우연히 얽히게 됩니다. 지하는 사당에 묶여 있는 지승의 정보를 건네며, 대적제 당일 자신을 신부 맞이 장소까지 데려다 달라는 거래를 제안합니다.
 

사당에 꽁꽁 묶인채로 갇혀 있는 지승
사당에 꽁꽁 묶인채로 갇혀 있는 지승

 
코마는 망설임 끝에 지하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대적제 당일, 그곳에서 대적제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코마는 도깨비 ‘지상’을 소환해 “언니를 살려달라”는 소원을 빌게 되죠. 언니는 되살아나지만, 곧 사라지고 맙니다. 코마는 살아 있을 언니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감정입니다

 

칸 선생의 이미지
선생님 너무 멋졌죠. 씹선비(욕아님)

 
태양 작가님의 『나는 너를 모른다』를 정말 인상 깊게 읽었지만, 사실 그보다도 바로 전작인 『무한세계』를 훨씬 더,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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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모른다』는 분량이 짧고 후반부 전개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있었던 반면,『무한세계』는 160화 분량의 긴 호흡 속에서 기승전결이 더욱 명확하게 그려지고, 서사의 흐름, 캐릭터의 감정선, 이야기의 밀도까지 훨씬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한세계』를 더 많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재는 완전 내 취향 저격 

 
제가 그동안 발행했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리뷰에서도 자주 언급했듯, ‘인외 존재’나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소재에 유독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고요.『무한세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도깨비라는 신화적인 존재가 등장하며, 그 존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계약과 소원, 인간의 욕망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시대적 배경인데, 작가님이 직접 구축한 가상의 세계로, 분위기는 근현대와 조선 시대가 섞인 듯한 느낌입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현실과 허구의 경계 위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이 분위기 역시 제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부분입니다.
 

💙세심한 캐릭터 설정에 놀람

 

상단에 들어온 지하의 얼굴 장면
귀여운 지하


『무한세계』의 캐릭터 감정선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코마는 언니를 되살리지만, 언니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방관한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라며, 자신이 신부가 되었던 과거의 선택을 후회합니다. 코마는 대적제 신부가 되어 사당에 갇힌 언니를 보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지하게 살아왔던 걸까?”, “무엇이 진실인지, 나는 그것을 똑바로 보고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그녀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현실과 무지함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품게 되죠.
 
‘대적제’를 주관하며 9년 동안 자매를 갈라놓았던 는,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에, 더 강한 무엇에게라도 빌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왜곡된 신념을 지니고 있었고, 선생님 역시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의 무지와 방관에 대한 책임감을 안고 코마의 여정에 함께하게 됩니다.
 
이처럼 『무한세계』의 모든 인물은 자신만의 고통과 죄의식을 껴안고 있으며, 그 감정들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서사를 실제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각자의 욕망과 목적이 얽히며, 이야기는 단 한 사람의 구원이 아닌, 서로 다른 상처들이 충돌하는 감정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갑니다.


💙회의주의적인 시선, 작가님 인간 불신이신가

 
『무한세계』와 『나는 너를 모른다』의 공통점이라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입니다. 두 작품 모두 보이지 않는 인외의 존재와 마주하고, 그것과 싸우는 이야기 구조를 공유하고 있으며, 신뢰나 사랑보다는 상처, 외로움, 결핍에 집중하는 인물들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기억의 조작과 상실이라는 테마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관계의 단절, 신뢰의 붕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해체 역시 이야기의 굵직한 축을 형성하죠.
 
지상과 지하, 지승과 코마, 표와 칸, 행수와 모나, 니은과 부모까지— 핵심 인물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조차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을 중심에 두고 갈등하고, 상처받고, 욕망을 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작가님, 혹시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신 걸까?”
아니면,
“너무 사람에게 기대했다가, 그만큼 많이 실망해 보신 걸까?”
그 감정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상처를 조용하고, 그리고 너무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시선만큼은 두 작품 모두,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 마음은 오래 남았습니다

 

무한 세계의 오코마의 얼빡샷
너무 예쁘죠, 고전 미인상이예요.


『무한세계』는 결국, 사람 사이의 마음은 닿을 듯 닿지 않는다는 잔인한 진실을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붙잡으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구원이 되지 못하고, 구원이 곧 함께 살아가는 걸 의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려는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작품을 보다 보면, '정말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말 이 작품은 감정선의 밑바닥이 남다르게 깊은 작품이고, 그 깊이 덕분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습니다.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애정이 없다면, 이렇게 치밀하게 설정하기 쉽지 않거든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캐릭터의 내면을 설계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무한세계

큰 힘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에게 독이 되는 도깨비와의 계약. 당신은 그래도 그 힘을 원하십니까? 자신을 위해 도깨비의 힘을 얻으려는 사람들과 그들의 계략에 휘말리는 코마. 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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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근황

 
작가님은 현재 너에게로 중독이라는 작품을 연재 중이세요.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태양 작가님의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지만 이 작품도 꽤나 유명한 작품이기에 찍먹 추천드릴게요. 작가님의 오리지널 작품을 저는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하여간 이 작품 연재가 빨리 끝나면 좋켔다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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