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 00:33ㆍ덕질의 기록/만화・책
『나는 너를 모른다』는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네이버 완결 웹툰이다. 스릴러와 로맨스가 얽힌 구조로, 느리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야기 흐름이 특징이다.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터지는 이야기 구조 탓에, 초반의 루즈한 전개가 아쉽지만, 후반의 감정선과 떡밥 회수는 꽤나 매력적이다. 전 남자 친구, 귀신, 동아리, 쪽지, 노트북, 그리고... 권조교. 모든 것이 천천히 드러나며 긴 여운을 남긴다.
1. 줄거리 요약 (스포 없음 + 살짝 있음)
6년을 쌓은 연애가 허무하게 끝났다.
좋았던 일이 떠올라서 힘들었고 내 선택에 확신이 없어서 오래 결정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정쩡한 마음으로 같이 잠식할 수는 없었다.
그럴거라 착각했다면
너는 나를 모른다.
드라마 작가 지망생 유감사. 6년을 만난 남자친구 남지호와의 이별을 선언한다. 흔한 남자친구의 뒷말
“너 후회하게 될 거야”를 뒤로하고 연락을 끊은 그녀 앞에 경찰이 찾아온다.
남지호가 사망했단다. 그것도 동반자살로. 함께 죽은 이는 그녀의 대학 글쓰기 동아리 선배, 안은경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는 감사는 동반자살이라는 사실에 혼란에 빠지고, 장례식장에서 안은경의 연인이자 조교인 ‘권조교’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혹시, 이상한 일은 없어요?”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했던 쪽지 한 장.
‘급할 때는 이런 빈 네모에 해가 되는 대상을 가두는 상상을 하세요. 채운 후에 세 번 접어서 태우면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장과 전화번호.
그러나 이후 유감사의 눈에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녀는 점점 더 사건에 빨려 들어간다.
전 남자친구의 유품으로 받은 노트북.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여러 개의 폴더들. 폴더 제목엔 생전 그가 알던 사람들의 이름과, 유감사의 이름도 적혀 있다. 죽은 그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잇는 연결고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
2. 너무 느린,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이야기
이 작품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설정도 좋고,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작화도 깔끔하고 예뻐요. 하지만...초반 전개가 약간 느립니다. 이것만 감안하시면 꿀잼입니다. 정말 많이. 초반부는 무료 회차 7화까지만 봐서는 '이게 뭐야?'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사건의 본격적인 진행은 10화 이후, 아니 사실상 20화는 넘어야 ‘본편 시작’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웹툰에 쿠키를 구울까 말까 고민을 하다, 초반 이탈을 하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무료 회차 이후의 줄거리를 조금 더 작성했는데요. 결론은 한 번 구워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줄거리로 적었던 노트북을 건네어받는 시점이 19화. 근데 그 노트북의 내용을 보기까지가 30화 이상(거의 50화가 되었을 때) 뒤라는 점에서 독자로서 조금은 지치는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구성은 떡밥 회수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굉장히 조급하게 만들어요. “아니 노트북 줬잖아, 폴더 열어봐, 제발 좀!” 이런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요.
3.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굳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감정선’이 꽤 괜찮습니다. 유감사와 권조교가 서로를 알아가며 감정이 쌓이고, 인간적으로 얽히는 서사가 꽤 섬세하게 다가왔어요. 감정의 흐름이 미스터리 전개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가 가속도를 붙고,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이래서 이 설정이 필요했구나” 싶은 장면들이 쌓여갑니다. 속 터지게 느린 게 단점 이긴 해도, 이 속도가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몇몇 구간은 템포 조절 실패 느낌도 있긴 함) 초반부만 넘기면 후반부는 시원시원하게 진행됩니다.
4. 추천의 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미스터리+귀신+로맨스 조합을 사랑한다면, 이 작품은 한 번쯤 ‘쿠키를 구워볼 가치’가 있습니다. 흔한 이세계 빙의 웹툰에 질렸다면 이 작품 꼭 한 번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일본만화 『삼각창의 밖은 밤』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 느낌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겐 제법 흡수력 있게 다가갈 거예요.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 어두운 사건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풀어가는 이 작품은, 스릴러 입문용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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