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3. 14:16ㆍ덕질의 기록/애니
■ 이 세계물의 설정은 참신했지만, 서사와 캐릭터가 허전했던 작품. 접수원이 야근이 싫어 보스를 직접 잡는다니,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금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작품 개요
📌접수원 히로인의 이중생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모험가 길드의 평범한 접수원, 아리나 클로버입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사무직을 꿈꾸며 길드에 입사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업무, 그리고 야근은 일상이었고, 특히 던전 보스가 토벌되지 않아 업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무직 접수원이 왜 전투를?

던전 보스가 토벌되지 않아서 → 모험가들이 미뤄서 → 문서 업무가 늘어나고 → 정리할 사람도 없고 → 결국 내가 야근하게 됨 → “그럴 바에야 내가 보스를 잡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행위가 길드 규정 위반이라는 점입니다. 이 세계의 길드 시스템은 접수원을 비전투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공정한 역할 분담과 위험 방지를 위해 전투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리나는 정체를 숨긴 채, 낮에는 평범한 접수원으로, 밤에는 정체불명의 보스 헌터로 살아가는 이중생활을 하게 됩니다.
✨️세계관과 주인공 설정의 독창성
📌주인공이 접수원이라는 이세계물 비틀기

이 작품은 여자 주인공이 길드 접수원이라는 설정에서 독창성을 갖습니다. 보통 이세계물에서는 전투형 모험가가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은 애초에 비전투원인 길드 접수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 세계물의 전형을 살짝 비틀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포인트

기본적으로 아리나는 힘숨찐 계열의 캐릭터입니다.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숨기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려는 인물이죠. 그렇기에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관리 체계가 없어 일이 늘어나면 결국 본인이 떠안게 되는 구조, 야근 수당도 없이 잔업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 유급 반납까지 하며 토벌에 나서는 현실 등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목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야근은 싫어"라는 문장이 핵심 키워드가 됩니다.
✨️독특한 콘셉트에도 비판할 점
📌구조적 한계, 세계 확장 없는 반복 구조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콘셉트는 확실하지만 내용의 깊이가 너무 얕기 때문입니다. 힘숨찐 주인공이라면 보통 그 힘을 발휘하며 세계를 확장해 나가야 재미가 생기는데, 아리나는 직장인이라는 설정에 갇혀 있기 때문에 세계관이 확장되지 않습니다. 공간이 고정되다 보니 스토리의 반경도 좁고, 자연스럽게 재미가 반감됩니다.
📌서사와 캐릭터의 얕음 - 열심히 일합니다, 끄읏-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서사도 얕습니다.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사건을 주도하기보다는, 주어진 역할만 수행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처럼 매번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그에 따라 주인공이 등장해서 해결하는 식의 정형화된 에피소드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로 인해 서사의 밀도나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관계성 부재, 동료는 있는데 유대는 없다

주인공은 혼잣말이 많은 편입니다. 접수원으로서의 생활을 유지하며 겪는 내면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갈등이 외부 세계와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대한 확장이 적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인물 간의 관계 발전이 거의 없습니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역할 안에서 기능적으로 움직일 뿐, 상호작용을 통해 서사적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관계가 형성된 듯하지만 정서적인 유대감은 미비합니다. 예를 들어, 동료 NPC들과의 유대나 변화 과정이 전무하기 때문에, 사건이 생기고 해결된 후에도 정서적 잔상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추억을 쌓으러 다니긴 하는데) 관계의 전개와 감정의 축적이 부재한 상태로 반복되는 구조는 매우 평면적으로 느껴집니다.
✨️전격대상소설 수상작 비교
📌금상이라고 하길래 본 건데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이 작품은 흔한 양산형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졌습니다. 약간 비급 감성의 코드가 들어 있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주행 하거나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볼 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전격소설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호기심에 계속 봤지만, 오히려 상의 권위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에서 말하는 작품성과 전통 문학에서 말하는 작품성은 다르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라이트 노벨은 기획력, 신선함, 독창성을 중요하게 평가하죠. 하지만 이렇게 서사도 얕고 캐릭터도 평면적인 작품이 금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전격소설상의 기준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작품들과의 거리감이 오히려 생기는데요
그래서 과거 전격소설대상 수상작 중에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들을 살펴봤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늑대와 향신료』, 『액셀 월드』, 『86-에이티식스-』, 『성우 라디오의 속사정』 등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각기 다른 장르이지만, 공통적으로 서사의 응집력이나 캐릭터의 설득력이 뛰어났습니다. 비교해 보면 본 작품은 설정의 신선함에 비해 캐릭터성과 내러티브의 설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킬링 타임으로 굿
📌기대는 낮게, 재미는 가볍게
결국 라이트 노벨 시장이 오래되다 보니 참신한 기획을 찾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라이트 노벨 시장이 기획과 콘셉트에 특화되어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보고 싶으신 분들은 가볍게 한 번 보셔도 괜찮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볼 거 없으면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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