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편의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비 온다고 손님 없어서 좋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재미난 일도 일어나네요.
오늘 새벽에 있던 일입니다.
약간 술에 취한 것 같이 비틀거리며 젊은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20대 중후반 같은 젊은 옷(요즘 애들이 입는 헐렁 널널 벙벙 st), 얼굴이예요.
들어와서는 대뜸 물어봅니다.
"여기에 혹시 카드랑 휴대폰 분실된 거 없어요?"
"못봤는데 언제 오셨어요?"
"한시간 전쯤인가?"
일요일 새벽, 가장 손님 없을 시간.
분실물이 문제가 아니라, 한 시간 전에 이런 사람 안왔는데?
'한 시간이라....'
기억을 더듬어도 없어요. 이런 사람...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 혹시 어떤 것 구매하셨어요?
담배 한 갑이랑 과자 샀어요.
거래 내역을 확인해보니, 그런 비스무리한 내역도 없어요.
"죄송하지만, 여기 매장이 맞으실까요? 분실물이 따로 들어온 것도 없고, 거래 내역도 없네요~"
"아니 #@'&ㅇㅕ, 여기서 샀어요. "
"네~, 그런데 들어온 분실물은 따로 없어요~ "
가만히 듣곤, 비틀거리다 나가더라고요. 일단락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의 축복은 시작이었습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들어왔습니다.
"아까 스카이블루 한 갑 더요."
"네, 4,500원입니다."
언제 담배 사갔다고 더 달라는 거지 싶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습니다.
한참을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아~ 죄송해요' 하고 나가요.
5분 정도 흐른 것 같아요. 매장에 다시 들어왔죠. 그러더니 매장 밖에 있는 현금인출기에 카드가 들어가서 안 나온다는 거예요.
저는 당황해선 현금 인출기 하단에 적혀 있던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현금 인출기 오류가 이전에도 잦았었기 때문에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새벽 4시였는데,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으시더라고요.
"바로 여기 00 지점입니다. 손님이 카드를 넣었는데 카드가 안나온다고 하시네요."
"00지점의 현금 인출기는 카드가 완전히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의 기기입니다~ 막혀있어요."
그대로 전달을 해드리니, 아니라고 짜증내는거예요. 자기가 상담원이랑 전화를 해보겠다고 전화를 걸어달래요. 알겠다고 전화를 하니, 당연 같은 상담사가 아니잖아요.
"아까 전화 받은 사람 바꿔주세요"
"죄송하지만 이전 상담 이력이 없어서요"
"아!! 왜 몇 번 말하게 하냐고요. 그냥 이전 상담사 바꾸라고"
(아오, 진상 새*)
옆에서 듣고 있다, 전화를 뺏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그에게 제가 다시 자초지종을 물었어요.
"카드가 어떻게 안 나오신다는 거예요? 이 현금 인출기는 뒤가 막혀 있어서, 카드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아니 근데 여기서 뭐 시간이 초과ㄷ@#₩ 도ㅣ, 안된다고 하던데?"
(진짜 뭐야 .. 진짜 싫어... 이 새* 애초에 카드가 없었구나...)
전 그래도, 정말로 카드가 들어가서 잃어버린 걸 수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전화를 끊지 않아 계속 침묵을 유지하던 고객센터 상담사분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 왜 내가... ) 전화를 끊었어요.
아까 카드와 휴대폰도 잃어버렸던 것을 기억하고 그의 휴대폰 번호를 물어봤어요.
"휴대폰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제 폰에 한 번 쳐주세요"
전화를 거니,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안 받아요.
외우고 있는 번호도 없고, 친구 집에서 마시고 나왔다고 하기에 당연히 친구 번호는 기억 못하겠지만 혹시나 친구 집에서 두고 온 것 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면 댁이 어디세요?"
"(손을 들어 허공을 찍으며) 여기 @#&아파트요 ㅇㅏ파트"
"아~ 댁이 이 근처시구나~ 그러면 댁에 가서 잠깐 술 좀 깰 겸 쉬시다가 이 편의점으로 다시 오실래요?"
"몇 시까지 일해요?"
"아, 저는 새벽 6시까지 일해요"
"아, 네네 감사합니다"
이상황 종료된 거 같이 보였습니다.
그가 떠난 후 전화를 걸어보니, 신호가 가다가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주워간 건가, 길에 떨어뜨린건 아닌가 배터리가 꺼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밖에서는 ' 아!!!!, 아악!!!!!!!' 하는 고함이 들렸어요. 저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폰도, 카드도 잃어버려서 많이 화났겠거니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다시 등장했어요.
"그냥 지금 주세요, 제 카드"
"??? 그게 무슨 말...카드는 들어온 게 없고, 이 편의점에 오시기 전에 잃어버린 것 같아요."
"휴대폰은요?"
"휴대폰도 여기 없어요~~"
계산대 옆에 놓여있는 제 휴대폰을 유심히 봐요.
"아, 여기 휴대폰 있잖아요, 주세요"
"네?"
"그거 주세요"
"...."
"이건 제 폰이예요~ 휴대폰 잃어버리셨잖아요. 그래서 아까 전화했잖아요"
"그러면 다시 한 번만 더 전화해주세요"
"(이 새* 내가 전화 걸어준 건 기억하나보지?) 전화를 안 받아요."
"휴대폰도 없고 카드도 없어서 지금 손발이 묶였어요."
"이 근처 거주하시는 거 맞죠?"
"♡♡동"
"네???"
우리 동네가 아니라는 거예요. 아까는 왜 이 동네 산 것 같이 말한 건지, 하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면 가족 분 중에 번호를 아시는 분 없으세요?"
이쯤 되니, 빨리 누가 좀 데려가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습니다.
그러더니 번호 하나를 말하더라고요.
"누구 번호예요?"
"형이요"
전화를 또 걸어요.
안 받아요. 이 시간에 다 잘 시간이지.. 누가..
" 안 받네요~"
"그 새* 지금 술 *마신ㄷㅏ#♤ㄱㅗ오"
갑자기 또 편의점 밖을 나가버려요. 괴성과 욕설을 또 내뱉어요. 다시 또 분노가 차오른 듯
와중에, 전화를 받더라고요. 잠이 덜 깬 것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아, 여기 00편의점입니다. 혹시, 동생 있으세요?"
뭐라고 입을 떼야 할까 고민 하다가 가진 정보가 적었어요. 그런데 대답은 금방 나오더라고요.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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