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량을 늘리게 되었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대략 4개월 동안 제때 병원을 맞춰간 적이 없어 '복용량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약속 지키는 못난 환자, But! 마음은 병원, However! 몸이 너무 무거웠어)
물론, 선생님의 권유가 아니다.
직접, 지난 병원 내원을 하고 복용량을 늘리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adhd 약을 처음 먹었을 때의 나에 대한 기대감과 고양감으로 충만해서, 별다르게 달라지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을 더 늘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약이 갑자기 나를 바꿔주지 못한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의지하고픈 마음이 있던 것 같다.다만 그 당시 내원 했을 때에도 병원을 들쑥날쑥 기분 내키는 대로 방문하고 내키는 대로 약을 먹곤 했었다.그리고 그런 나의 말에, 선생님은 무조건적으로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며 콘서타 18mg을 처방해 주셨다.
그런데, 나의 생각을 포용해 주셨다.
근 2달 만에 예약한 날짜를 처음 맞춰서 찾아갔고, 한 번 (약을) 올려보자고 말씀하셨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일주일 뒤에 오라며 이번에는 일주일치의 약을 받았다.
항상 짧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의지되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래서 항상 병원에 사람이 많아 늦게 가면, 오래도록 대기를 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1. 입맛이 실종된 건에 대하여
약을 먹기 시작한 후, 가장 큰 문제는 입맛이 전혀 없다.
사실 나는,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약을 먹기 전에도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사람이었는데 더욱 입맛이 사라졌다.
이미 밥을 먹고 난 후의 더부룩함이라고 할까
적은 한 끼라도 먹을 때는 즐겁게 먹었는데, 이젠 이 한 끼도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어야 하니 손이 잘 안 가서 힘들었다.
고작 컵라면 하나 먹는데, 고사 지내듯 먹기도 처음이다.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음)
그래도 먹기 전에 '맛있겠다! 헤헤헤 츄베룹' 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는데, 먹기 전부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식사하는 즐거움 하나를 잃어버렸다.
먹는 것 자체가 괴롭다니, 내 생애 이런 말을 뱉어보기도 처음이다.
2. 두근두근 (이런 떨림 처음이야)
두근거림이 마치 큰 발표를 앞두기 전의 두근거림, 혹은 상사의 개별 호출을 당해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기 전의 두근거림이다.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인데, 일상생활 속의 불편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는 의식할 필요도 없던 부분을 의식하게 된 정도이다.
적당한 표현이 생각 나지 않는데,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린다.
증량은 내가 원한 것이고, 자주 있는 부작용 중 하나라고 해서, 술과 커피를 줄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식욕 없어서 마실 것도 별로 먹고 싶지 않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이렇게 쉽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18mg을 먹어도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최대 2시간이었는데
(그 2시간도 허튼짓은 계속 ing)
책상에 앉아도, 다른 생각하지 않고 공부가 가능하다니, 성취감도 들어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기분이 워낙 들쭉날쭉하니, 지금의 마음가짐과 상태도 얼마나 갈지 자신이 없다.그래도 더 나아질 나를 기대하지 않으면 마음이 우울해지니, 내가 나를 믿어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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