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12:24ㆍ생각의 습관
챗GPT, 기억 속 장면만으로 웹툰이나 애니를 찾을 수 있을까?
– 실패한 사례와 유일한 성공을 통해 본 정보 탐색 로직의 구조적 한계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을 다시 찾고 싶은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고 인상적인 장면만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챗GPT에게 기억나는 줄거리, 캐릭터 이미지, 장면 등을 설명하며 작품명을 유추해 달라고 여러 번 시도해 봤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실패였다. GPT는 단 한 번만 정답을 정확히 찾았고, 나머지는 모두 놓쳤다. 다음은 그 사례들을 모아서 로직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었다.
📃실패 사례 ① – 『꼬마여신 카린』
“마법소녀처럼 변신”
“전생에 연인이었던 남주”
“기억을 잃은 여주”
“꼬마 마녀 같은 느낌”
이와 같은 키워드를 상세히 설명했다. 심지어 나는 ‘꼬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애니메이션일 것이라고까지 특정했지만, GPT는 세일러문, 웨딩피치, 신풍괴도 잔느 등 대중적인 유사작만 제시할 뿐이었다. 정답은 『꼬마 마법사 카린(かみちゃまかりん)』, 국내 방영작으로 제목 안에 ‘꼬마’라는 키워드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결국 내가 직접 구글에 '꼬마 여신 애니메이션’이라고 검색해 찾아냈다. (오늘 정주행 할 거임)
📃실패 사례 ② – 『나는 너를 모른다』
《미스터리 웹툰 추천》 나는 너를 모른다|귀신, 그리고 죽은 전 남친의 비밀
『나는 너를 모른다』는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네이버 완결 웹툰이다. 스릴러와 로맨스가 얽힌
munghyo.tistory.com
전 남자친구가 자살한 이후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남자 주인공, 귀신이 보이게 된 이후 두 사람이 사건을 추적한다는 줄거리를 상세히 전달했다. 심지어 노트북 파일 안에 여주인공의 이름이 있는 등 구체적인 설정과 상황까지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GPT는 이 작품을 찾아내지 못했다. 정답은 네이버 웹툰 『나는 너를 모른다*였고, 이것도 내가 직접 검색해 확인했다.
📃실패 사례 ③ – 『나의 추락이 찬란하도록』
《로맨스 판타지 웹툰 추천》 : 나의 추락이 찬란하도록, 유배지에서 시작된 로맨스
▪︎이 글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완결된 로맨스 판타지 웹툰 『나의 추락이 찬란하도록』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리뷰 포스팅입니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와 인물 관계, 전개 방식, 감정선의 매력
munghyo.tistory.com
여자 주인공이 오빠를 죽이려 했다는 죄로 추방당하고,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남자 주인공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구조다. 시녀 한 명이 함께 망명하며, 여주인공의 머리카락은 청록색이라는 시각적인 정보까지 명확히 제시했지만, GPT는 이 웹툰도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 정답은 카카오웹툰 『나의 추락이 찬란하도록』이었다. 이 역시 검색을 통해 내가 직접 찾아냈다.
📃유일한 성공 사례 ④ – 『 신격의 바하무트 VIRGIN SOUL』
이 작품은 GPT가 유일하게 제대로 맞춘 사례였다.
“심장이 두근거리면 용으로 변신하는 여자 주인공”
“도시로 이주해 살아감”
“강한 신체 능력”
“남자 주인공 근처에 가면 폭주”
매우 희귀한 설정 조합을 줬더니, GPT는 정확히 제목을 제시했다.
앞의 사례와 성공 사례의 이유는 단순했다. 이 설정 자체가 희귀하고, 유사한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즉, GPT가 비교할 대상을 좁힐 수 있었고, 그 결과 정답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챗GPT의 로직적 한계 – 유사 구조 우선, 단어 직결은 하지 못한다
GPT는 사용자가 제공한 단어나 키워드를 제목과 직접 연결하지 않고, 항상 “이런 설정이 나오는 유사한 인기작은 무엇일까?”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꼬마’, ‘귀신이 보인다’, ‘청록 머리카락’ 등 정답의 핵심이 되는 정보를 줘도, GPT는 그것을 단어로 보지 않고 구조적 설명의 일부로 처리해 엉뚱한 유사작을 제안한다.
결국, GPT는 유명한 건 말해주지만, 정확한 건 놓친다.
▪️정보 접근의 구조적 한계 – 유료 콘텐츠와 구작, 그리고 사라진 데이터
챗GPT가 탐색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에 한정된다. 그래서 웹툰의 경우, 유료화된 작품은 내용이 외부에 거의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GPT는 설정이나 전개를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제목이나 캐릭터명만 존재하고 줄거리 요약이 없는 작품은, 사실상 GPT에게는 '정보 없음'이나 다름없다.
또한 오래된 웹툰, 비주류 만화, 데이터베이스에 쌓이지 않은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커뮤니티나 팬덤 내에서는 잘 알려졌을지 몰라도, 지금은 검색 기록조차 희미한 작품들은 GPT가 인식할 수 있는 구조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GPT는 정보를 가공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정보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무기력하다.
▪️ GPT는 정보를 연결하지 못할 때, 인간의 기억은 큰 자산이 된다
이번 여러 사례를 통해 느낀 가장 큰 교훈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기억, 경험, 커뮤니티에서 전해진 정보는 GPT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이다. GPT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유료화된 에피소드 내부의 이야기,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구작, 커뮤니티 안에서만 통용되던 줄거리 코드는 아직 탐색하지 못한다. 즉, 그것을 기억하고 꺼내 쓸 수 있는 인간이 일종의 지식 아카이브로서 기능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확신하게 됐다. GPT가 알 수 없는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지금 시대에 큰 지식 자산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즉, 이것 또한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유한 경험과 정보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AI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경험에서 축적된 기억, 사라진 기록, 말로 전해지던 맥락은 여전히 인간만이 다룰 수 있는 자산이다. 정보의 깊이보다 정보의 도달 불가능성이 더 중요한 시대, 우리는 그 단절된 기억의 보관자이자, 아직 기계가 도달하지 못한 세계의 증인이다.
그러니까, 네이버 지식인에 계시는 지식인 분들, 특히 애니메이션과 만화 부분의 태양신 분들은 활동을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언제나 작품을 찾고 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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