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7. 17:56ㆍ덕질의 기록/만화・책
▪️57화는 나기 엄마의 억눌린 욕망과 모성의 폭력성이 어떻게 세대를 통해 대물림되는지를 조명합니다. 딸의 침묵과 순응 속에 감춰진 감정 구조를 통해, 독자 자신이 경험한 모녀 관계의 상처를 직면하게 만드는 회차입니다.
떡밥 정리하고 57화 보자! (56화 보러 가기)
나기의 휴식(凪のお暇) 10권 56화 리뷰|도쿄로 떠난 유우, 존재를 되찾다
▪️도쿄로 떠난 나기의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지만, 곧 소외와 공허 속에서 자기 존재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번 화는 '엄마'라는 틀에서 벗어난 한 여성의 정체성 회복과, 모녀 사이의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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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휴식 57화 - 모성이라는 이름의 폭력
유우,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다
이번 에피소드는 도쿄로 떠난 나기의 엄마, 유우가 시라이시 씨와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시라이시 씨가 정성껏 만든 어묵을 함께 나누는 식사 장면은, 유우짱에게 있어 처음으로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순간이자, 스스로의 모성에 대해 다시 마주하게 되는 계기입니다.
시라이시 씨의 집 안 풍경을 바라보며, 유우는 문득 ‘이런 곳이야말로 평범하고 따뜻한 가정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상상을 떠올립니다.
작업복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는, '아, 남편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요.
식사 도중 등장한 수제비는, 유우에게 나기와 얽힌 옛 기억을 조용히 끌어올리는 트리거가 되어버립니다.
유우는 식사 중, 어릴 적 나기에게 만들어줬던 음식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때 나기는 “싫다”라고 했던 그 음식을, 사실은 몰래 먹고 있었단 걸 뒤늦게 알게 되죠.
그 순간, 유우는 가볍지 않은 충격을 받습니다.
유우는, “거짓말이었네. 교활한 아이였어.” 라며 씁쓸하게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시라이시 씨는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이야기를 꺼내며, 모녀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시라이시의 엄마 역시 통제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고, 결국엔 연을 끊었다고 말하죠.
그래서 나기에게서 ‘엄마 얘기’를 들었을 때, 나기는 굉장히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 말인즉슨, 나 같으면 연 끊었는데라고 말하는 거 맞죠? 나기 엄마 본인 앞에서 말해버리는 시라이시. 기존쎄.
이후 시라이시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말합니다.
겉보기엔 ‘현모양처’처럼 보였던 사람, 하지만 실상은 고릴라처럼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존재였다고요.
“모성이라는 특권을 휘둘러대는 건, 고릴라랑 다를 바 없는 폭력 아닐까요?”
“그런 고릴라에게 키워졌지만, 딸인 저는 사람이에요.”
“말이 안 통해도 고릴라니까 그러려니 했고, 이상한 말을 해도 고릴라니까 통한다고 여겨졌어요.”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통제와 억압을 ‘고릴라’라는 동물적 비유는 직관적이어서 좋았습니다.
감정 전달도, 존중도 없이 ‘힘’으로만 다뤄진 관계를 이렇게 표현해 내다니, 비유력 실화냐고요.
그 말을 들은 유우도 결국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명령과 간섭, 그리고 분풀이가 자행되었던 그 시간들.
자식은 언제나 ‘내 감정을 쏟아부어도 되는’ 존재처럼 취급되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는 거죠.
그리고 핵심을 찌릅니다.
“당신이 이 공허함을 아무리 해도 채우지 못하는 건, 결국 진짜 욕망에서 외면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요?”
"제가 제 엄마랑 똑같다고요?"
“방금 나기 씨를 바라보던 그 얼굴, 내 어머니 얼굴이랑 똑같았어요”
시라이시 씨…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유우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런 말, 아무리 옳아도 상대가 바로 깨달을지 어떨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보통은 말 안 하죠. 듣는 사람 마음 상할까 봐, 괜히 어색해질까 봐. 근데 시라이시 씨는 초면인데도, 그걸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면전에 말해줘요. 이런 사람, 진짜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상냥하면서도 솔직할 수 있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착한 아이’라는 감옥에 갇힌 딸들 이야기
유우도 결국, 자신이 그랬다는 걸 인정합니다. 처음으로, 자기 안에 있던 폭력성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되는 거죠.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받은 건 사랑보다는 명령과 간섭이었고, 나는 다르다고 믿었지만…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나기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겁니다. 유우는 딸을 ‘하나의 사람’으로 대하지 못했고, 그 대신 자신의 후회, 결핍, 그리고 기대를 고스란히 나기에게 투사해 왔어요. 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가 못 이룬 걸 너는 해줘’라는 무의식 속 마음으로 덮어씌웠다는 점에서 사실, 나기엄마와 나기 할머니는 서로 다른 듯 똑같은 구조 속에 갇혀 있었던 겁니다.
타짱은 자신 안에 쌓여 있던, 해소되지 못한 결핍을 결국 딸에게 투사하게 됩니다. 나기가 '좋은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고, 자신이 누리지 못한 자유나 성공을 딸이 대신 이뤄주길 기대했던 거죠. 하지만 그 마음은 곧, 나기를 온전한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결핍을 메워줄 존재로만 대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통제는 말로 표현되지 않지만, 엄마가 뭘 원하는지 알고 알아서 반응해야 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며, 딸은 죄책감과 억압 속에서 자랍니다.
참고로 『금쪽같은 내 새끼』에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감정적으로 정말 확 드러나는 회차인데, 시간 나시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부모가 모든 걸 포기하고 헌신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자식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그게 보상 심리처럼 작동하는 거죠. 근데 그 기대가 결국 자식한테는 무거운 짐이 돼버리고, 그걸 버티다 못해 무너지는 장면이 나와요.
나기는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반항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감정을 눌러 담고 엄마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반응하려고 애쓰죠. 그 모습은, 부모의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거기에 맞춰 살아야 했던 자녀의 구조를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솔직히 이 장면, 저도 모르게 엄마의 눈치와 기분을 살피고, ‘착한 아이’로 있어야 한다는 압박에 눌렸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엄마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있었던 날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타케시를 만나자”… 엄마가 처음 자기 삶을 선택한 순간
그리고 유우는 자신의 '욕망의 핵'을 보라는 시라이시의 말을 따라, 자신이 진짜로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그동안 ‘이상적인 엄마’, ‘현모양처’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왔어요.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게 공허했고,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거죠.
그리고 마침내,
“타케시를 만나자.”
그렇게 다짐하며 57화는 끝납니다.
모두 행복하자
모성과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감정이 눌려 있었는지… 이번 화는 그걸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보면서 진짜 숨 막혔어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죄책감, ‘착한 아이’여야 했던 무의식적인 압박. 그게 서로를 얼마나 깊게 묶어놨는지,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거죠.
그 와중에 “타케시를 만나자”라고 다짐하는 유우, 이건 단순히 남자 만나러 간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진짜 처음으로 ‘내 인생, 내 선택’ 하겠다는 선언, 자랑스럽다. 장하다!
이제야 비로소, 나기 모녀의 회복의 기미가.
유우도 나기도,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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